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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법부의 불구속 수사와 재판 원칙은 이미 15년 정도 진행되며 자리를 잡았다. 이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인권보호의 큰 진전을 가져왔다. 한데 피의자의 방어권은 불구속 기간 중 재범·보복과 같은 추가 범죄의 우려가 있을 때는 제한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강력범의 경우 대부분 구속수사가 진행된다.

 그런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풀어준 성폭행범이 피해여성을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법원이 강력범죄자를 완전히 그물망에서 놓쳐 추가범죄의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법원 측은 영장기각 사유로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주 우려가 없는 것은 영장을 기각하는 기계적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제는 피의자가 여성을 감금·성폭행하고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의 문자를 30여 건이나 보낸 정황이 분명한 강력범죄였는데도 기계적으로 풀어줬다는 점이다.

이에 성폭행을 강력범죄로 보지 않는 사회일반의 의식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의심하게 된다. 지난 수원 살인 사건의 경우도 112가 피해여성의 성폭행 신고에도 불구하고 ‘부부싸움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늑장을 부림으로써 사건을 키웠다. 그러나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집계한,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서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여성은 지난해에만 모두 65명에 이른다. 살인 미수까지 포함하면 90여 명이다. 이렇게 여성에 대한 남편과 남자친구의 성폭행은 살인으로 이어지는 강력범죄다. 김길태 사건이나 수원 살인처럼 제3자 성폭행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성폭행이 아닌 일반 폭행 사건도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 피의자를 격리한다. 그런데도 법원은 살인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성폭행 사건 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접근권 제한과 같은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법부는 성범죄에 대한 보다 단호한 처단 의지를 가져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201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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